고집을 부리셔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어쩌면 이곳에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걸 알게 되실 거고요.”
분노하는 아사령에게 돌아온 것은 냉랭한 말뿐이었다.
이제는 소리 내어 우는 공주를 돌봐 주는 유모나 자신에게 절절매는 궁의 시녀들이 더는 곁에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기도를 하라고? 무얼 위해서?’
멍한 눈이 차가운 바닥 위에 있는 작은 방석에 닿았다.
아사령은 메마른 볼에 남은 눈물을 훔쳐 내고는 그 위로 올라가 몸을 웅크렸다.
단상에 올라 있는 향 하나가 연기를 피워 내더니 곧 사그라들었다.
마치 자신의 처지와 같아 보였다.
향 앞에 다가선 아사령은 눈을 감고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나만 빼고 다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그녀는 제 어미와 외가 친척들이 힘을 탐하다 죽은 것을 알고 있었다.
힘의 논리로 돌아가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도.
아사령은 천천히 생각을 정리했다.
‘힘이 없으면 세상에서는 버려진다.’
‘그럼 내가 먼저 버리고 망치면 된다.’
아사령의 눈이 어둠 속에서 형형한 빛을 발했다.
더는 눈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광기 서린 안광이었다.
* * *
“문안드리옵니다.”
“……그래.”
왕의 표정은 심드렁했다.
열여섯 살, 3년 만에 만난 딸을 보고도 저런 표정을 짓는 아비라니.
아사령을 궁으로 불러들인 것도 다른 나라에서 사절단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장차 해륜국과 혼인으로 동맹을 맺을 나라에 아사령을 상품처럼 내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개의치 않고 아사령은 입술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사옵니다. 밤낮으로 기도를 올렸는데 아바마마 표정이 전보다 많이 편해지신 것 같습니다.”
“참도 편하시겠다. 그 사달이 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구시렁대는 왕자를 향해 아사령이 입술을 살짝 물었다가 눈물을 구슬처럼 흘려 버렸다.
“오라버니, 온라인홀덤 제가 미우신 겝니까?”
“하…….”
왕이 인상을 찌푸리며 상황을 정리했다.
“됐다. 궁에서도 기도나 성실히 올리며 조용히 지내거라.”
“전하께서 네 얼굴을 보는 것이 그리 편하지 않으실 테니, 쥐 죽은 듯 지내다 다시 네 집으로 돌아가거라.”
말을 마친 오라비는 비웃으며 아사령을 내려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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